나름 시작은 창대했으나 그 끝은 미약했던 곰곰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불쌍한 이웃을 대접하는 것이 곧 나를 대접하는 것이다' 는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저는 크리스찬다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고 싶어 쿠키를 구워 노숙자분들께 나눠드리녀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방산시장에 들러 필요한 기구들과 재료들을 사 모았고
23일과 24일에 걸쳐 깨찰빵과 생강쿠키, 연유쿠키를 구웠습니다.
그런데 밀가루보다 버터값이 너무 비싸서...;; 생각보다 많이 못 구웠고,
한 봉지에 빵1개+ 쿠키2개를 포장하니 20봉지 정도 나오더군요.
(그렇다고 트랜스 덩어리인 마가린을 쓸 순 없잖아요!)
어쨌든 그걸 들고서 계획대로 서울역...으로 가려고 했으나 두려움으로 인해 철회...
그래서 거리에서 행랑하시는 분들께 드리려고 했으나 그 날 따라 다들 어디 가셨는지...
결국 명동과 을지로 부근에서 엎드려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 각 한 분들께만 쿠키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마로니에 공원에서 몇 번 방황하던 분들을 만났던 게 기억나 명륜동으로 향했으나, 어찌된 노릇인지 마로니에 공원에서도 타겟을 한 분도 찾지 못해 성균관대까지 갔습니다.
허나 성균관대에는 오붓이 데이트를 즐기던 커플밖에 없어서, 그 부근에서 양로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름은
'유림 양로원'들어가니 할아버지 열 분 정도 쓸쓸히 ... 가 아니라 열렬히 고스톱을 치고 계시대요.
시간이 5시밖에 안 되었는데 술냄새도 좀 나고 나름대로 축제 분위기 ^^;;
크리스마스라서 쿠키랑 빵 좀 구워서 가져왔다고 여기 놓고 가겠다고 하니,
양로원 총무라고 하시는 할아버지가 오시더니 저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셨어요.
어디서 왔냐니 - - a...
도대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습니다.
**동에서 왔는데요 할까 하다가...
주소가 궁금해서 물어본 건 아니겠지 해서 "혼자 왔는데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혼자 왔다는 말이 이해가 안 가시는지 재차 물어보시는 할아버지께,
그냥 가져왔는데요 하는 대답과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라는 인사만 하고 나왔습니다.
양로원도 단체라고 방문자에 대해 기록을 해야 하는 모양인데, 음...
(어디서 왔냐고 하시며 무슨 서류 같은걸 펼치시던데)
설마 과자 몇 개 때문에 곤란해지시는건 아닌지...
어쨌든 맛있게 드셨으면 참 좋겠어요.
'맛 없어' 이러고 버린건 아니시겠죠...ㅠㅠ 나는 먹어보니 맛있던데....;;
다음 크리스마스에는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서,
좀 더 많은 분들께 예수님의 사랑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돈을 많이 벌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