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이야기
2008/08/19 서울도 나도 잠을 자지 않아 - 8월 23일, 2008 서울 문화의 밤 (2)
2007/03/11 참 멋진 여자들이 많아요 (6)
2007/02/25 설레던, 첫 RSVP (15)
2008/08/19 서울도 나도 잠을 자지 않아 - 8월 23일, 2008 서울 문화의 밤 (2)
2007/03/11 참 멋진 여자들이 많아요 (6)
2007/02/25 설레던, 첫 RSVP (15)

이번에 새로 맡은 프로젝트 때문에
요 며칠동안 '숨어있는 대한민국의 강하고 멋진 여성들'을 찾아다녔습니다.
처음 받은 샘플 리스트를 봤을 때는 약간 막막한 느낌이 들었는데,
하면 할수록 신나고 재미있는 작업이 되어서 오히려 계속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어린 세 딸을 잘 키우고 계시는 한부모 가정의 환경미화원 엄마,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꿈을 이루는 화가와 피아니스트,
세상의 편견이나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은 뛰어든 차량정비사,
제주도 해협에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고 물고기를 잡는 외국 선박을 쫓는 해양 경찰 등..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곳곳에서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활약을 펼치고 있었고
이 새로운 발견에 제 마음은 참 따뜻해졌고 벅차올랐습니다.
여자와 남자를 굳이 구분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를 겪으면 겪을수록
'여자'로 사는 것이 그다지 쉽지 않은 것을 알게 되고...
그러다보니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유난히 높이 평가하게 되네요.
강한 여성은 무엇일까, 나는 강한 여성이 될 수 있을까...
이 분들처럼 미래의 동생들에게 닮고 싶은 그런 언니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 굉장히 애착을 느끼게 되고 또 정말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방황하는 혹은 무덤덤하게...어느덧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버려서
힘들어하는 같은 여성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한비야'님을 제 마음속의 멘토로 삼고 어려울 때마다 힘을 얻는 것처럼
이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분들도 자신만의 멘토를 찾았으면 좋겠네요.
그러고보니, 제 주위 사람들의 멘토는 누구인지 궁금해지는군요 +_+
이웃 블로거들에게 '당신의 멘토를 소개해주세요' 라고 하는게 실례가 되진 않겠죠?
R.S.V.P.는 Repondez s’il vous plat 의 약자로써
영어로 옮긴다면 'Please reply (회답을 바람)' 이라는 의미입니다.
외국에서는 흔히 초대장에 'RSVP'라고 적어 보내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그 날 모임 혹은 파티에 올 수 있는지 여부를 적어서
다시 회송하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한 인원을 파악해서
행사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세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없습니다.
사정이 있으면 못 갈 수도 있는데, 혹여 상대방이 섭섭하게 생각할까봐
모임 전까지 쉬쉬하거나 못 간다는 티를 안 내는 것이죠.
혹은 초대를 한 사람이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확인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가 PR계에도 반영이 된 것인지, 아니면 대행사가 하는 일의 성격 때문인지,
혹은 RSVP라는 게 수신자의 의향을 확인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인지
어쨌든 PR Agency는 주최측임에도 불구하고 1차, 2차 혹은 3차까지 RSVP를 합니다.
좀 더 풀어서 얘기하자면,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보낸 다음 보도자료를 읽었는지 확인하고,
행사에 대한 초청장을 보내고 그것을 받았는지와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보도자료의 경우는 1차로 끝나지만, 초대를 하는 경우는 특별합니다.
보통 일주일 전 1차, 행사 하루 전 2차, 행사 당일날 3차까지 합니다.
저의 첫번째 RSVP는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
보도자료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일간지 기자들에게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선배가 기자들에게 어떻게 전화를 하는지 몇 번이고 옆에서 들었건만,
막상 제가 직접 전화를 하려니 입이 마르고 손이 차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에는 목소리는 갈라지고 기자분 성함마저 이상하게 발음해버렸습니다.
처음 RSVP의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저의 어리숙한 화술 탓인지, 워낙 기자들이 이런 전화를 많이 받아서 짜증이 난 것인지,
아님 정말 바쁜 것인지, 대부분 '지금 통화하기 곤란합니다'라며 전화를 끊으시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지금 시간이 몇 시인줄 아느냐'며 화를 내셔서 저를 주눅들게 하셨습니다.
(저녁 7시였습니다만, 막 마감 끝내고 쉬는 시간이라 좋지 않은 타이밍이죠)
그 후로 지금껏 몇 번의 RSVP를 경험하며 좀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이런 답변때문에 얼마나 낙담했는지 모릅니다.
조금만 더 상냥하게 답변을 해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 반면,
생각보다 난 참 말을 잘 못 하는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갑자기 '다가올 삶의 무게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택한 업(業) 역시 정말 만만치 않은 분야라는 것을 처음 느낀 날,
그래도 참 설렜습니다. 제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신 분도 계셨고요.
좋은 뉴스거리라며 전화해줘서 고맙다는 기자분,
처음 온 사람이냐며 나중에 얼굴 한 번 보자고 하시던 기자분,
특히 '저한테는 너무 깍듯하게 할 필요 없어요, 편하게 얘기해요' 하시던 기자분...
그 때 말씀은 못 드렸지만, 정말정말 고마웠답니다.
조만간 제 이름이 있는 명함을 들고 인사드리러 가고 싶네요.